지난 14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는 굵은 빗줄기를 뚫고 영화인들이 속속 도착했다. 이들은 곧바로 '스크린쿼터 사수와 한미투자협정 저지를 위한 영진법 개정 촉구 및 대국민보고대회'를 열었고 모두 한목소리로 “스크린쿼터를 사수하라!”를 외쳤다. 영화인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안성기는 “관객점유율에 따라 쿼터를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몇 년 지나면 모르겠지만 지금 스크린쿼터 축소는 시기상조다.”라고 주장했다.
호응은 얻고 있나?
당초 3000여명으로 예상됐던 이날 집회는 1000여명이 모이는데 그쳤다. 지난 99년 스크린쿼터 사수집회 이후 영화인들이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벌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집회에 영화배우는 10여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집행위원장인 안성기는 “영화인들이 수적으로 열세라 죄송하다. 해외에서 찍는 분들이 많아 그랬던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스크린쿼터 축소반대가 영화인들사이에서조차 호응을 얻지 못한 것아니냐'고 걱정스런 눈초리를 보냈다. 당초 집회에 대해 위원회측에서 '영화인들의 생존권이 걸린 절체절명의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아무 스케쥴도 없는 톱스타들이 대부분 참석하지 않아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날 대회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사수론과 불가론으로 나뉘어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스포츠서울닷컴 관련기사에 아이디phs4400의 네티즌은 “스타들은 온몸을 외제명품으로 치장하고 대회에 나서 스크린쿼터 축소반대를 외치다가도 떠날땐 외제차를 타고 사라진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며 불만을 토로했고 lsmhari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영화인들의 주장은 더이상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과거 50만만 되어도 축하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흥행참패를 이야기 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또 아이디 hanada97의 네티즌은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로 인해 규모면에서는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10년전과 별차이가 없다. 이것은 명백히 밥그릇챙기기다. 상업영화 돈벌이에만 관심있으면서 무슨 한국영화를 들먹이는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아이디vince의 네티즌은 “한국영화 경쟁력이 배급문제가 아니라면 스크린쿼터를 폐지해도 상관없지만 배급망이 해외영화사와 국내 대기업에 의해 장악된 상태라 폐지된다면 점유율은 20%대 미만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아이디crystalh의 네티즌 역시 “아직 한국영화가 완전히 자리를 잡지못했기 때문에 축소는 시기상조다. 돈을 마구 퍼붓는 외국영화와 경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외국에서 한국영화의 인지도가 어느정도 올라간후 폐지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어불성설인가?
2004년 2월 한국영화 점유율은 82.5%를 기록했다. (아이엠픽쳐스 집계) 물론 6월들어 할리우드 블럭버스터들에 밀려 점유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아직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 이창동 전문화관광부장관은 사임직전 스크린쿼터의 의무일수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고 정동채 문화관광부장관도 지난 6일 국회 문광위에 출석해 “개인적으론 반대했지만 부처업무의 연속성이 있는만큼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안성기위원장은 지난 6월 “스크린쿼터는 한미투자협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정부 쪽에서 확실한 입장 빌표가 있어야하고 문화의 다양성 지키기 위해 스크린쿼터를 지키는데 앞장서야 한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각 나라의 문화가 보호·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병국의원 역시 “정부는 스크린쿼터 문제를 경제논리에서 접근하고 있다. 스크린쿼터를 20%축소하고 예술영화와 단편영화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이 없다. 스크린쿼터는 문화주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영화관계자 L씨는 반대로 “경제논리로 스크린쿼터에 접근하는 것은 영화인들이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중 하나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수준이하의 작품으로 평가받았지만 100만관객 이상을 동원했다. 아직 우리나라는 영화의 질 보다는 배급사의 파워에 의해서 흥행작이 결정지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스크린쿼터가 무슨 의미가 있나. 관객점유율이 이정도인데 스크린쿼터를 축소조차 막는다면 이들은 관객점유율이 100%가 되도 스크린쿼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냉소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어서 L씨는 “지금 같은 구조속에서 아무리 좋은 한국영화가 나와도 배급사를 잡지 못하면 극장에 걸리기가 힘들다. 2001년 '와라고나 특별전'을 기억하는가. 좋은 영화가 제대로 상영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났던 사건이다. 저예산영화나 독립영화에는 전혀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바로 스크린쿼터다.”라고 질책했다.
또다른 영화인 H씨는 '관객 1천만 시대의 문제'를 들고 나왔다. H씨는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가 관객 1천만을 모았다고 하지만, 그 수익은 모두 누구에게 돌아갔나. 고스란히 수익은 배급사와 제작사에게 돌아갔을 뿐이다. 한국영화 질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아직도 스태프들은 박봉에 시달리고 저예산영화들은 극장에 하루 걸리기도 어렵다. 영화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은 기득권층에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안은 없나?
네티즌들 사이에선 한국영화 전체의 스크린쿼터보단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를 보호하기위한 스크린쿼터가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모포털사이트 연예관련 게시판에 아이디 limgh7701의 네티즌은 “지금이야말로 의식있는 영화인들이 나서서 저예산영화와 단편영화들을 챙겨야 할때다. 블럭버스터 하나로 점유율이 100%가 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제발 밑바닥부터 살려서 영화계를 전체적으로 살려보자.”고 주장했다.
irriri0909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 역시 “스크린쿼터가 설득력을 잃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당장 어제일만 봐도 호응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나. 50%가 넘는 점유율로도 자생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있다. 이같은 점유율로도 자생력이 없게된 이유는 모두 영화인들에게 있는 것 아닌가. 그럼 영화를 점유율말고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 이젠 '태극기 휘날리며' 한편도 중요하지만, '고양이를 부탁해' 10편이 나오는 것도 그들이 주장하는 문화를 위해서 중요하다. 스크린쿼터보단 차라리 독립영화 활성활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장했다.
One response to “스크린 쿼터제…논란.?”
뭐.. 결국엔 넘어갈라나….?